습하고 더운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들이 마시는 공기 속에서 작년에 느꼈던 여름이 느껴져서 신기하다. 불쾌지수를 높이는 계절임에도 여름이 좋다. 에어컨 밑에서 이 글을 쓰고 있어서 착각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무기력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다
5월 2주까진 겨우 회사만 다녔다.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내 기준 무기력이 심각했다. 새삼 규칙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면서 사회적으로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고, 돈도 벌게 해주는 일이 있음에 감사했다.
무기력, 우울이란 감정은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다. 자각하지 않은 채 나도 모르게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예를 들면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왜 살아야 하는 거지? 어차피 사람은 죽는데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내가 하는 모든 게 어떤 의미가 있지? 사는 게 힘들어진다면 죽음이라는 선택지도 있겠구나 하는 조금 위험한 생각까지.
그러다 낙관적 허무주의라는 영상을 만나게 되었다. 이 세상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고 우주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그 의미를 인간이 스스로 직접 만들어 부여하면 된다. 우리가 죽고 난 뒤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런 상황에서 지금 경험할 수 있는 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라면 행복하게 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이 영상은 이야기한다. 허무주의에 낙관을 한 스푼, 아니 엄청 크게 한 국자 얹은 느낌이다.
방향성을 잃고 헤매며 우울의 극단을 찍고 있던 내게 이 영상은 ‘그래, 인생 뭐 별거 있어. 그냥 나에게 주어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을 즐겨보자’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80까지 산다고 치면 생각보다 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그 시간을 잘게 나누면 매일이 될 테고, 매일매일을 조금이라도 소중하게 보내고 싶어졌다. 굳이 내게 주어진 이 짧은 시간들을 무기력하게, 우울하게 보낼 필요가 없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다
5월에는 일하거나 쉬는 동안 기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를 통해 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1) 운전
운전을 할수록 만족도가 크다. 러시아워 빼고 가고 싶은 곳, 속도, 차 안의 음악 등 내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로 출퇴근할 때 제일 만족도가 크다. 업무 집중도, 몰입도도 올라간다. 그래서 더워지는 6월부터 월정기 주차권을 사서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해보려고 한다.
2) 평일에 쉬기
사람이 엄청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려면 남들은 일하는 시간에 내가 쉬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프리랜서로 일하면 된다. 프리랜서로 일하지 못할 직업도 아니라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3) 계획
계획을 세우면 세울수록 못 지켜냈을 때 강박이 심해진다. 그래서 차라리 계획 없이 혹은 대충 계획을 세워서 뭔가를 해냈을 때 더 만족도가 높다.
4) 규칙적인 생활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날 때 만족도가 높다. 이렇게 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뇌를 잠깐 빼놓고 그냥 하면 생각보다 지속할 수 있다. 내 생각을 들어줘봤자 하기 싫다는 결론만 나오기 때문에.
5) 바로바로 설거지하기
이건 몰랐는데 설거지가 쌓여 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설거지를 자주 하니 만족도가 엄청 올라갔다. 뭔가 정돈되어 있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설거지라는 작은 과업을 자주 성취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6) 행복한 일 수집하기
소소하게 행복하게 해줬던 일들을 복기하며 기록할 때 내 행복도가 올라간다. 겸사겸사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자주 소소한 행복들을 기록하려고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던 5월
자동차 보험 재계약(그와 더불어 티맵 점수를 반성해야 했다), 자동차 바디 케어 신청, 종소세 신청 등 굵직하게 해야 할 일이 모여 있던 5월이었다.
자동차 보험 재계약
차를 5월에 사는 바람에 이제 매년 5월에 자동차 보험을 재계약해야 한다. 그냥 하던 곳에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까지 높은 보험료를 내는 나는 아마 당분간은 계속 보험료를 비교하며 싼 곳으로 갈아타야 한다.
보험료 할인, 그 중심에 티맵 점수가 있다. 각 보험사마다 다른 티맵 점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데, 내가 갈아타고 싶던 삼성화재는 무려 81점의 티맵 점수를 요구했다. 티맵을 쓰면서 거지같이 운전을 하고 다닌 나는 74점이라 어쩔 수 없이 65점 이상이면 할인을 해주는 KB 손해보험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2024년 5월까지 티맵 점수를 85점까지 올려보려고 한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티맵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계획적이지 못했던 과거의 나… 운전은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 나가야지.
자동차 바디케어
‘운전결심’이라는 앱을 통해 운전 연수를 받으면 1년간 바디 케어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바디 케어의 만기 기간이 차를 구입한 5월이라서 신청하려고 알아보니 내가 긁은 면적은 너무 작고 깊이도 깊지 않아서 받을 수 없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공짜로 받은 거라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지만 살짝 아쉬웠다. 그렇다고 더 넓고 깊게 긁을 필요는 전혀 없지만.
종소세
종소세는 작년에 프리랜서로 일하며 계약직 소득이 있어서 신청해야 했다. 근데 내 예상보다 너무 많은 금액을 내야 해서 당황스러웠다. 번 거에 비해 이렇게나 많이 낸다고? 싶었는데 아시는 세무사님을 통해 연말정산에서 내가 놓친 항목 때문에 이렇게 세금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국 돌려받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었고, 너무너무 감사했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프리랜서 업무를 하게 된다면 세금 공부도 어느 정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