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지막으로 동네 근방 투어
이사 D-2. 이사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사가기 전, 현 거주지인 성동구를 포함하여 일대에 좋아했던 장소나 가보고 싶었는데 못갔던 장소들을 릴레이식으로 방문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을지로 3가역 근처의 몰또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바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명동 성당을 조망할 수 있는 야외 카페로, 주말이나 평일 낮에 오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예 자리에 못 앉고 대기하거나, 테라스 자리에 앉더라도 명동 성당보다는 사람 그림자만 보고 갈 수 있는 카페다. 그래서 이사 맞이 연차 첫 날인 오늘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핫플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제 내일 커피 앤 시가렛을 재방문하면 동네 근방 투어는 끝이 난다. 서촌, 을지로, 성수, 잠실, 선릉 어디든 지척이라 좋았던 성동구. 만 5년동안 잘 살고 간다. 굿바이!
2. 다시 경제 공부
바빠서 책도 잘 안 읽던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있다. 요즘은 소이빈님의 <복리 성장 곡선>을 읽고 있다. 소이빈님의 다른 책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를 읽고 난 후, 바로 샀던 책으로 여성의 성취, 커리어, 경제, 태도와 관련된 알짜배기 글들이 모여 있는 책이다. 경제 파트를 읽고 있는데 다시금 마음속에서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고 있고, 덕분에 오늘 아침도 듣똑라 경제 뉴스 한 편을 들으며 요새 상황을 뚝딱 공부했다. 한 권의 책으로 조금이라도 내가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다니 책의 힘이 역시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3. 경험의 힘
지난한 전세 계약 과정도 어느정도 끝이 보인다. 전세 계약과 이사에는 여러 능력과 태도가 필요하다. 두명의 임대인, 부동산 중개인과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원하는 집이 기다리기도 하고 계약 후에는 전입 신고를 마무리할 때까지의 인내심, 그리고 나만 잘한다고 불가능한 불안한 상황을 이를 이겨내는 능력이 이 모든 능력에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첫 집과 지금 살고 있는 두 번째 집은 엄마의 도움으로 굉장히 쉽게, 순탄하게 계약을 진행하고 이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의 멘탈 케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모든 과정을 해나갔다.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지는 나로서 이 모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들었던 집의 임대인이 갑자기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고도 빚을 지겠다고 하질 않나, 빚을 지고 나서 계약 만기 전에 갚을 수 있다, 못갚는다 계속 말을 바꿔서 혼란스럽게 하질 않나, 계약하려던 집들이 연속으로 갑자기 나가버리는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집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했던 일, 부동산이 실수로 낸 임대차 계약서의 한 글자 오타로 모든 서류를 다시 다 써야 했던 일, 힘 없는 임차인인 나는 미안하단 소리도 듣지 못하고, 다시 2시간이 걸리는 광교에 가서 서류를 받아왔던 일, 또 다시 부동산의 실수로 계약금 영수증을 받지 못해서 다시 팩스, 스캔본으로 받았던 일, 입주 청소 업체가 코로나를 핑계로 잠수타고 청소를 안해버린 일 등.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 이미 겪어 봤기 때문에,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이겨내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도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을 수 있지만, 불안함과 잘 싸워보려고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힘든 일이 벌어졌을 때, 멘탈을 잡는 법에 대해서 책읽아웃에서 캘리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이런 일도 나중에는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경험담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이런 경험을 글감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 나도 오늘 이 많은 경험들을 글감으로 잘 활용해서 글로 써냈다. 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