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2년 1분기OKR의 실패
뼈 아프지만 반성하고 회고해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본다. 1분기 OKR에 실패했다. 원인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목표 개수는 적당했지만, 각 목표마다 너무 많은 핵심 결과를 세웠다. 이전의 나를 돌이켜보자면, 계획 세우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욕심이 많아 너무 많은 계획을 세웠고, 지키지 못해 늘 힘들어했다. 그래서 수능 이후부터는 말도 안되게 작은 계획, 예를 들면 책 한 글자 읽기, 운동복 입기 등의 목표를 세워서 그보다 더 많은 걸 달성하며 성장해왔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목표와 핵심 결과를 구성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둘째, 멀티태스킹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1분기 내내 집 문제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편도 약 1시간 30분 거리의 동네로 왔다갔다 하며 집 알아보기, 현재 집주인과 협의하기, 대출 상담사와 논의하고 전세 계약 준비하고 계약하기, 수많은 전세 자금 대출 서류 준비하기, 이사 준비로 안쓰는 물건 당근하기, 입주 청소 업체 알아보고 계약하기, 이사 업체 견적 내고 계약하기, 이사갈 집에서 쓸 가구 알아보기, 인테리어 배치해보기 등.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일이 많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환승 이직한 새 회사에 적응하면서 이 모든 일을 함께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알게 되었다. 나는 멀티태스킹에 젬병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현실의 문제를 처리하면서 목표와 핵심 결과에 소홀해졌고, 점점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졌다. 심리적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셋째, 이직한 회사의 일과 원격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을 헛되이 사용했다. 사실 일은 원래 하던 일과 비슷해서 다행히 이제 어느정도는 감을 찾은 것 같다. 문제는 원격 근무이다. 내 시간을 내 의지대로 쓸 수 있다는 건 참 좋다. 하지만 집 문제 같은 신경써야 할 일이 산더미인 상태, 그 와중에 목표를 계속 지키지 못해서 심리적 악순환에 빠진 상태에서 원격 근무는 정말이지 어렵다. 쉽게 내 자신에게 지고 만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면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갖으며 목표를 돌아보고, 책을 읽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곤 했다. 하지만 원격 근무를 할 땐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 조금 더 늦게 퇴근하면 되니, 나만의 시간은 언제든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자고 싶다는, 잠결에 낸 내 의견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한동안 내 머릿속에 있던 원인들을 글로 적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다양한 해결책을 내어보려고 한다. 집 문제가 해결되는 4월 1일 이후로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을 거라, 2분기 시작과도 맞아서 딱 좋다. 아직은 진흙탕 속에 있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에 고무되는 아침이다.
2. 집무실
이제 집무실이 없는 동네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다음주면 집무실 이용권을 해지해야 한다. 걸어서 도어 투 도어로 10분 밖에 안 걸리는 집세권에 살다가 이사를 가려니 마음이 착잡하다. 그래도 더 넓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거라 낫긴 하겠지만, 그래도 집무실이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거의 하루에 1-2시간 밖에 이용 안했지만, 집에서 집중이 안될 때 집무실에 오면 집중력이 올라가곤 했다. 집에서만 일하기 때문에, 집무실을 온다는 핑계로 바깥 공기도 쐬고,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커피도 맛있고, 오후 3시에 주는 간식도 좋았다. 조용히 일하는 사람들을 슬쩍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집무실처럼 아름다운 설계, 디자인의 결과물을 보고 있는 거 자체가 사실 제일 좋았다. 어쩔 수 없이 디자이너가 느끼는 행복이란 그렇다. 내 삶의 활력소였던 집무실을 대체할 무언가를 새로운 동네에서도 또 찾을 수 있겠지. 기대해본다.
3. 인생 첫 자차를 계약하다
내 인생의 첫 차를 계약했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남부로 가면서 경기도 북부의 본가에 가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걸 핑계로 차를 계약했다. 사실 제일 큰 목적은 바로 운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세미 역마살이 껴있고, MBTI에서 E와 I가 거의 반반 있는 나는 집순이인 동시에, 돌아다니고 새로운 동네에 가는 걸 좋아한다. 이런 나한테 차라는 수단이 생겨서 내 인생에 기동성이 생긴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그에 앞서 이런 삶을 오래오래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운전 연수는 필수다. 차가 나오는 5월 전까지 이사가서 운전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부디 운전도 즐기는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