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은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Data-driven Design)을 경험한 디자이너를 많이 찾는다는 거였다. 누군들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vs 데이터 인폼드 디자인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은 정성적 조사 결과나 직감은 무시하고, 데이터로만 모든 걸 결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데이터 인폼드 디자인 (Data-informed Design)은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돕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는 개념이다. 이 글에서는 자주 쓰이는 용어인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사용했으나 그 의미가 데이터로만 모든 걸 다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하기 위한 조건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하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하려면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데이터 엔지니어와 데이터 분석가도 모셔야 하고, 이 모든 것에 앞서서 데이터를 상시로 들여다보는, 데이터를 중시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둘째로,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통제하거나, 제품을 기반으로 내부, 외부에서 어떤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고, 제품 개선으로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도메인 안에 제품들이 있고, 이 도메인들마다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엄청나게 많을 수 있다. 이를 다 알고 측정해야 디자인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표본이 커야 한다.1 표본이 작다면 해당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 실험을 하더라도 소수의 몇 명으로 인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본 자체가 굉장히 커야 제품에서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내려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넷째로 GA 같은 거라도 심어서 어떻게든 디자이너 혼자 분석해 보려고 할 때,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지식이 필요하다(앱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추이만 보고 개선해서 성과가 올라갔다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잘 모르고, 어떻게든 성과를 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잘못된 측정을 할 수도 있다.
어딜 가야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해볼 수 있나
면접을 보면서 들었던 질문들을 토대로 느꼈던 건 이 모든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를 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물며 경력이 있는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데, 아예 회사를 다녀본 적 없는 신입들은 어떨까, 어디 가서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경험해 볼 수 있을까.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할 수 없는 환경의 회사를 다닌 디자이너들을 평가할 때 기준이 달라지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면 어떤 것들을 보고 싶었는지를 물어본다든지, 어떤 수치가 달라지면 이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물어본다든지 등.
하지만 이마저도 데이터 공부를 한 적이 없다면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다 가설이고, 추측인데 어떤 걸 기준으로 말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데이터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
이럴 때 추천하고 싶은 책은 <린 분석>이다. 데이터 분석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주고, 여러 도메인 별로, 사업 단계 별로 어떤 데이터들을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알아냈는지 기특하게도 여러 기업들의 진짜 수치들을 예시로 알려준다. 다만 책 자체가 번역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렵다. 쉽게 읽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그래도 여러 번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요새 읽고 있는 쉬운 책으로는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이라는 책이 있다. 기본적으로 만화책이고, 에피소드가 끝나면 글로도 설명이 충분히 되어 있어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아직 나도 데이터 드리븐을 하는 디자이너라는 말은 할 수 없다. 하려고 노력 중인 상태다. 아직도 이런 걸 태스크 성공 기준으로 세워도 되나? 이 정도면 쓰면 잘 만든 기능인가? 잘 모르겠지만 시도해 보면서 배워나가고 있다. 현재는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이 글은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에 한이 맺힌 디자이너가 쓴 글입니다. 특정 회사를 비방할 의도가 전혀 없슴다
- 얼마나 커야 크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것도 공부해봐야겠다.↩